파쇄구병모 위즈덤하우스54p 드러낸 게 그냥 등이 아니라, 생살이 도려내진 자리에 나타난 근육과 뼈 같아서. 어쩌면 붉은 내장 같아서. 두려움이 흔들고 지나간 마음 속에 한 문장의 기도가 남아 있어서. 64p 그리고 그녀는 이 손길이, 훗날 설령 그가 없는 동안에라도 자신의 몸 속에 잔존하리라는 것을 안다. 67p 그가 알아서는 안 되고 알 필요 없는, 그러나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마음이 불현듯 튀어나올까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그건 아마 흘러나오거나 새어 나오는 고요하고 점잖은 방식이 아니라, 얼기설기 서툴게 꿰맨 자리가 잡아채어 뜯기면서 비집고 나오는 모습일 것이다. 그 자리엔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이, 찢긴 나비의 날개처럼 흩어져 있을 것이다. 80p 그것은 그녀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