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책

비상문

moii 2024. 5. 21. 17:07

최진영 저, 변영근 그림

같이 비를 맞아 주더라고. 혼자 맞는 것보다는 덜 쪽팔리잖아, 그러면서.
비를? 왜? 우산이 없었어?
…….
말을 좀 제대로 해봐.
됐어. 혼자만 알고 싶은 것도 있는 거야.
그럼 결국 아무도 모르는 게 되잖아.
말로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게 있다고. 내겐 빛나는데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그런 거.

한창 살아 있을 때, 푸를 때는 왜 아름답다고 하지 않지?
말을 알아듣게 해.
푸를 때는 왜 덥다고 짜증만 내냐고.
여름은 덥고 더우면 짜증나지. 당연하잖아.
다 푸르니까 모르지 사람들은. 살아 있는 그 함성을. 시끄럽다고.
야, 최신우, 너도 그래.
내가 뭐.
시끄럽다고.
…….
너도 푸르고.
…….
아름답고.
…….
하루만 더 살아 줘.
뭐 달라진다고.
제발, 하루만.
다를 게 뭐냐고.
어떻게든 찾아볼게, 내가.
뭘 해, 형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너한테 꼭 필요하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종종이 아닐지도?
그리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은 봐야지, 저번에 만들었던 샐러드를 한번은 더 먹어야지, 올 가을에는 김치를 담가봐야지.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

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