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연을 이어 온 사람이 태어난 계절을 축하하며 선사한 책 두 권. 수아는 밤에 태어났을 거야. 낮의 활기참을 모아 밤의 다정함 속에서 태어났겠지. 살을 에는 겨울바람에 머리를 들이밀고 나왔다가 많은 사람 중에 나와 눈이 마주쳤을 거야. 채 더오르지도 않은 햇살을 눈동자에 담아서 내 몸과 마음을 녹여 준 게 분명해. 99*100p 평소 바다는 짙푸른 색이지만 크고 강한 파도가 밀려오면 유화물감을 거칠게 바른 듯 두텁고 밀도가 있는 하얀 물거품이 본래의 색을 모두 덮어 버린다. 지금의 바다가 그랬다. 갑자기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파도가 밀려왔다. 불이 붙은 채 쓰러져 있는 사람도, 몸이 얼어붙어 도망가지 못한 사람도 모두 파도에 휩쓸렸다. 그러나 파도는 아무도 해치지 않고 물거품만 남긴 채 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