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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moii 2022. 1. 16. 17:48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

장희원, 장류진, 김초엽, 이현석, 최은영, 강화길

문학동네

 

(2020 여름에 썼던 글 재업)

요즘 책을 읽는 호흡이 짧아져서 단편집 위주로 읽는데, 정말 좋아하는 김초엽, 최은영 작가님 이름을 보고 홀린 듯이 구매했다. (가격도 저렴했다)

본가로 가는,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후루룩 읽었다.

 

 

 

「음복」 강화길

 

왜냐하면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때문에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그런데 말이야.
과연 그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대상 작품.

가슴이 꽉 막히는 답답함에 몇 번이고 책을 덮었다가 다시 폈다.

내가 본 장면이 정확하게 투영된 작품.

장르는 여성주의 스릴러. 장르에 걸맞다. 읽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해설은 완벽하다.

절대적인 권력은 자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권력을 의식해야 하는 이는 권력의 피지배자들이다. 권력이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력이 행사되는 곳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힘이다.

 

무지는 곧 권력이다.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음복을 읽는 순간 완전히 알 수 있다.

읽고 나서도 모르겠다면, 축하한다. 그게 바로 권력자라는 증표이니까.

단지 소설로 치부하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동시에, 사랑은 어디까지 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랑하기에 악역임을 말하지 않는다. 하하버스 아닌가? 내가 나쁜 놈인데 나쁜 놈인걸 몰라.

왜 모르느냐 하면 그건 또 이를 눈치 챈 가족들이 철저히 숨겨주기 때문.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게 사랑일까? 정말 모르겠다.

 

무지가 권력이라는 말은 여성학적 측면 이외에도 적용된다.

내가 무지했던 부분도 있을 텐데.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적기를 바란다. 사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여전히 무지해서 누가 언제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사과는 내 욕심일 뿐이다.

스스로를 반성한다.

 

 

「인지 공간」 김초엽

 

어머니는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혼자임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다른 존재로 분화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생각했다'는 과거형 문장.

어른이 된다는 건 혼자임을 알게 되는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은, 나는 아직까지는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존재로 분화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제나의 생각에도 동의한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는 것'은 혼자임을 알게 되는 것,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존재로 분화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하지만, 인정할 수는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다름을 받아들이고 배척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문장은 너무 사랑스럽다.

-나는 세번째 달을 잊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도.

 

망각은 축복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해가 떠오르면 나는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 것이다.

인지 공간이 있는 소설 속에서는, 절대적인 사실 외에는 전부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 잊혀진다.

잊혀진다는 것.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나는 김초엽 작가님이 너무 좋다.

상상력은 한계가 없다는 것, 그리고 과학과 상상이 결합된 것이 이렇게까지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작가 노트, 해설까지 달려 있는 후한 책.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질 수 있다.